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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 고정수 개인전 <십이지상-누구나 만져도 되는 전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7-07 조회수 : 561








누구나 만져도 되는 조각 전시회

십이지상으로 보는 고정수의 동심의 세계

 

백시종 (Baek si jong)

 

 

 

 

 

내가 고정수 작가를 만난 것은 클래식음악에 심취한 안과 의사를 통해서다. 그는 병원 일에 매달리다가 맞는 휴일이 일주일에 이틀 정도인데, 그 황금 같은 시간을 온통 클래식 연주회 관람에 쏟아붓는 철저한 음악 애호가다. 한술 더 떠서, 아이들 여름방학 때는 유럽 현지에서 정기발표회를 갖는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일 년 전에 예약해 둔 표를 품에 넣고 초등학생 손자녀석과 비행기에 올라앉을 정도다.

그 안과 의사가 어느 날 진짜 조각가가 있는데, 한번 만나 보겠느냐?’ 해서 첫 대면한 사람이 고정수 조각가다.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 그것을 창조하는 작가의 진면목을 더 깊이 관조한다고나 할까. 사실 진짜 조각가라는 수식어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고정수 작가처럼 꿈 많고 부지런하고 당당하고 진솔한 사람이 또 없다는 안과 의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고정수 작가는 이미 정상에 올라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작가다. 한때 그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기도 했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우러러 보았던, 소위 말하는 톱클래스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나는 어떤 선입견을 갖고 그를 만났는데, 그의 첫 인상은 무슨 유명 예술가라기보다 집 짓는 노동자들 중 도목수같다는 느낌이었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잔뼈가 굵은 흔적이, 웃으면 자연스럽게 파이는 얼굴 근육에 묻어 있는 저 건실함이라니…….

실제로 굉장히 많은 집을 건축한 숱한 경륜이 몸에 배어 있지만, 그러나 막상 그가 추구하는 것은 경험의 세계가 아닌 직관의 세계를 더 선호하고 치중하는, 그래서 매일매일 소년처럼 꿈을 꾸는, 어찌 보면 우직하기 짝이 없는 그런 남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꿈은 젊고 자유롭다. 끈 떨어진 겨울 연처럼 높은 나뭇가지에 걸려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고무풍선인 양 훨훨 날아올라 세상 곳곳을 여행하는, 그리하여 마침내 얻게 된 영감을 바탕으로 하여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나는 고정수 조각가와 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물론 그의 작품 앞에 섰을 때가 더욱 그러하다. 지나치게 사실적이면서도 지나치게 직관적이기도 한, 너무나 쉽고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그의 조각품은 난해와는 거리가 멀다.

세상사람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 돌아서는 경우는 없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살포시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이 고정수 조각품의 공통 핵심이다.

이번에 신작으로 선보이는 십이지상十二支像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인간의 삶에 정신적인 특성을 비유하여 열두 동물, 즉 쥐--호랑이-토끼-----원숭이---돼지를 사람으로 형상화한 조각품이다. 세시와 인생사를 설명하는 데 이만큼 절묘한 상징이 있을 수 있을까. 남녀노소 세대의 벽을 넘어 누구나 즐기고 공유하는 꿈의 세계.

그는 이번 전시회를 작가와 평론가만 나눠 갖는 고고한 전시’ ‘형식의 전시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 위해 인사동 어느 갤러리에서 열지 않는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자연 그대로의 햇볕이 내리쬐는 카페 옥상을 전시장으로 택했다.

일렁이는 강물과 찬란한 햇빛과 바람과 커피향과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에는 대중의 발걸음이 잦기 마련이다. 더구나 2년째 코로나 팬데믹에 지쳐 있는 영혼들에게는 무엇보다 만지지 마세요, 눈으로만 보세요가 아니라 맘껏 만지고 옮겨도 괜찮습니다의 꿈과 자유와 터치와 웃음꽃이 있는 전시가 얼마나 절실한가.

이름 하여 고정수 동심과 사유의 세계에 누구보다 먼저 들어가 한껏 취해 보고 싶은 바람은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 같다.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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