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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Ludens

전시기간 2011. 12. 28 ~ 2012. 1. 4.
전시장소 KOSA space
작가명 배수관

Homo-Ludens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는 ‘유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로 인간의 본질을 유희라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이다.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 중 유희의 개념에 가장 원초적으로 봉사하는 요소가 놀이기구이다. 이는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의 분류영역에서 놀이기구계에 속하며, 그네, 미끄럼틀, 모래터, 철봉, 시소, 정글짐 등이 있다. 놀이기구는 공원이나 놀이터, 유원지 등에서 타고 놀 수 있도록 설치 해 놓은 여러 가지 기구들로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대표적 아이템이다. 과거에는 기능성이나 경제성을 고려한 차원으로 놀이터에 주로 설치되던 것이 근래 창의의 개발을 위한 체험교육과 함께 어린이들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예술작품 수준으로 놀이기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설물을 주로 다루어 왔던 조경분야는 물론 건축, 디자인 및 예술분야까지 놀이기구(거리의 가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요즘 전 지구적 화두인 ‘문화’와 ‘융합’의 시대적 흐름으로 볼 때 이 놀이기구를 포함하고 있는 스트리트 퍼니처라는 요소는 동시대의 철학적·문화적 담론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된다. 즉, 호모 루덴스의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의 현장인 도시공간에서 창의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스트리트 퍼니처의 학문적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작품은 에스키스(esquisse) 모형 7점과 패널 3점으로 총 10작품이며 놀이시설과 벤치로 크게 나누어진다. 놀이시설은 동식물의 원초적 형상과 부합하는 놀이기능을 부가하여 조형적으로 구상하였다. 〈giraffe family〉는 목이 긴 기린의 특성과 신개념의 그네를 접목한 놀이시설이다. 부부기린이 아이에게 그네를 태워주는 이야기이다. 〈snail〉, 〈puppy〉, 〈turban shell〉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달팽이와 강아지, 소라의 형상에 각각 미끄럼틀과 놀이공간을 접목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소라는 막 바다에서 건져 올려 바닥에 물이 흥건한 효과를 파타일을 통해 처리하였으며 내부에는 다양한 색상의 빛이 투과될 수 있도록 하여 어린이들의 재미를 극대화 하였다. 〈leaf & twist〉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으로 올라가기는 어렵지만 잎을 타고 내려오는 흥미 유발에 초점을 맞추어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play house〉는 놀이시설이지만 동식물의 형상이 아닌 도형의 원리를 적용한 '놀이집'이다. 미니멀한 큐빅 박스에 두 개의 미끄럼을 배치하여 한 곳으로 들어가지만 어느 쪽으로든 나올 수 있는 선택의 재미를 부여 하였다. 나머지 네 개의 작품은 스트리트 퍼니처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벤치를 조형적으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전개시켰다. 단순히 앉을 수만 있는 기능성과 더불어 자연의 형상이나 기호, 재료적 특성을 강조하여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더니즘적 작품으로서의 결과물이 아닌 향후 실제 공간에 재현되어 대중들과 함께 호흡을 할 때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 에스키스 작업이다. 이는 포스트모던 담론 이후 점차 비중이 확대되어 가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나 인간과 자연(환경)이라는 거시적 패러다임에 관한 본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거리의 시설물들이 공공재의 단순한 의무적 편리성을 넘어 삶과 분리되지 않는 미술을 스트리트 퍼니처를 실험하고자 하였다. 이번 작품전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장르를 초월한 예술의 확장성을 스트리트 퍼니처를 통해 실험해 보고자 하였으며 이는 조각영역의 확장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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