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인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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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헌

작가 작품

Egypt artist Mona Hamdy Hassan

60x30x1760cm, 나무,석고, 2014

Friend

브론즈_ 2014

Friends

혼합재료_ 2010-2011

Korea artist 성연주

나무, 석고_2014

save the planet

43x53.5cm mixed media 2016

인간- 자연-기술의 사이에서

20x13x34cm, 3D print,2019

인간- 자연-기술의 사이에서

3D프린트, 식물_2019 (2)

인간- 자연-기술의 사이에서

3D프린트, 식물_2019

자연 (플라스틱의 위협)

플라스틱컵-종이컵유리컵-상추방-울토마토, 2019

자연 속에서

34x33x69cm Plaster, Stainless steel 2017

자연 속에서

34x33x69cm Plaster, Stainless steel 2017

작가 프로필

작가 노트

								

평론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 환경 속 인간과 예술


김주옥(홍익대학교, 예술학)


인류세의 시대
김성헌 작가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최근 몇 년 전부터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인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인류세란 하나의 ‘지질시대’를 지칭하는 개념인데, ‘인간의 활동’에 의해 환경이 만들어지고 기후가 변화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인류세’라는 지질시대는 사실 공식적으로는 아직 인정되지 않았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현재의 지질시대는 ‘홀로세(holocene)’이다.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빙하기가 끝난 ‘후빙기’의 시기인 홀로세의 시대에 살고 있고, 이 지질시대를 다른 말로는 충적세(沖積世, alluvium period)라고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질시대를 인류세의 시기로 새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환경의 변화와 자연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인류’에 의해 변화된 환경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지칭하는 단어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김주옥, 「인류세 담론 속 예술 생명체 : 예술작품 속 잡종(hybrid)적 행위자」, 『한국미학예술학회지 』 57집, 2019, pp. 73-74.
왜냐하면, 그들은 현재 ‘인간’이 지구 환경에 너무나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이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데에 원인이 되는 요소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의 증가이다. 그리고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화학 물질이 증가함에 따라 생태계가 교란되고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지 못한 채, 여러 생물이 멸종하거나 공기가 오염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많은 사회학자나 과학공동체에서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이 인류세에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공식 지질시대를 만들려고 하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경제, 자연환경 등 다양한 분석을 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세에 대한 연구는 곧 인간과 자연에 대해 폭넓은 탐구의 바탕이 된다. 이처럼 인류세는 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하고자 하는 존재론에 대한 탐구이자 인간이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론의 발견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과 환경
김성헌 작가는 평소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는 이미 2000년 초부터 기술 발달의 시대와 대량생산 체계의 사회를 다루었는데 이때 디지털 장비들이 대량 소비된 후 쉽게 버려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를 연상하게 하는, 버려지는 소모품을 활용한 작업을 다수 제작하였다. 또한, 작가는 주변 예술가의 얼굴을 떠서(casting) 그 결과물인 얼굴 형태 주변에 다양한 색이나 이미지를 추가하여 표현함으로써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나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가장 집약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2019년 12월 이번 ‘산울림아트앤크래프트’ 갤러리에 전시된 작업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세상과 그 안에 존재하는 식물, 그리고 그와 함께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특히 기존에 작가가 예전부터 꾸준히 고민해왔던 ‘대량생산’과 ‘환경 오염’이라는 화두에 대해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여러 갈래로 실험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2017년부터 계속된 시리즈 환조 작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시리즈 작업을 시작했던 초반부터 이어오고 있는 작업 중, 석고(plaster)로 표현된 사람의 얼굴에 위에 옥수수와 포도 등의 식물을 얹어 놓은 것들은 유전자 변형(Genetic Modification)으로 인해 크고 보기 좋아진 각종 과일 채소 등을 먹고 사는 우리를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유전자변형 식품(GMO)의 유해성 문제만이 아니라 이로 인해 식물들의 생태 환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전자변형으로 인해 생산성은 높아지고 우리는 보기 좋고 잘 부패하지 않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이것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보았는데, 이로 인해 해충, 잡초 등에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고 결국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인류세의 특징과 같이 이 세상은 이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인공물들로 인해 변화되고 있다. 바다에는 플라스틱 컵을 비롯해 비닐, 빨대 등이 수면에 떠다니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이 강이나 바다에 흘러 들어간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들로 인해 결국 그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작가는 고래 모양의 오브제를 3D 프린터를 사용해 만들어 냈는데 이 고래 오브제를 화분 삼아 그 속에서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을 만들어 낸 작업은 해양 생물에게 닥친 플라스틱의 문제를 상기시킨다.
작가가 3D 프린터를 통해 만들어 내는 오브제는 무엇보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는 현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인간에 의해 발달한 기술은 세상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고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했으며 환경의 제약에 맞설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안전한가 또는 최선인가의 질문에는 작가는 과연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작가 작업 중 3D 프린팅 오브제의 샛노란 색이 아마도 거창한 답변 대신 무엇보다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이 확실한 듯하다.

인간-자연-기술의 사이에서
흔히 말하듯, 환경 오염의 문제는 무엇보다 우리가 자연을 ‘타자화’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또는 생태계에 대한 걱정을 차치하고 있는 동안 좀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가올 생태계의 위험과 인간과 환경 사이에 고조될 긴장감은 안일한 인본주의(humanism) 속에 싹튼 인간 중심관(anthropocentrism)에서 기인한다. 인간은 기술의 발달을 방패로 자연에 맞서게 되었고 지금까지 유례없는 약해진 지구를 만나게 되었다. Bruno Latour, Politiques de la Nature (Paris: La Découverte, 1999), p. 80.
이러한 풍토에 경각심을 주는 김성헌 작가의 작업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단순히 대량생산 체계로 인한 소비 풍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버려지는 물건들, 그리고 환경 오염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표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적 생산품을 분리하지 않는다. 해양생물을 상징하는 고래 속에서 그리고 3D 프린팅 조각상의 얼굴 위쪽에서 자라나는 식물, 분재를 장식한 화려한 주황색 플라스틱과 그것을 뚫고 피어나는 식물과 함께 빨대를 장식한 개구리 소품까지 이 모든 것은 자연과 기술적 인공물을 접하는 우리 인간이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들을 만들어 내고 또 그렇게 생겨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인간이다. 단지 우리는 모르거나 때로는 보고 싶지 않아 이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 오염 등의 사회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조심스러우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바로 그 문제 제기 이후에 따라올, 해결을 위한 방법을 말하는 것일 테다. 아마 이 전시 이후 그 책임감이 작가 스스로의 어깨를 무겁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전시장 한편에 놓아둔 플라스틱 분쇄기를 통해 작은 실천의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플라스틱 제품을 재활용할 때 사용하는 이 분쇄기를 어렵게 구해 힘들게 전시장으로 운반하며 아마 그 책임감과 모종의 사명감을 작게나마 표현하려고 했다는 데에 작지만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참고문헌


김주옥, 「인류세 담론 속 예술 생명체 : 예술 작품 속 잡종(hybrid)적 행위자」, 『한국미학예술 학회지 』 57집, 2019, pp. 71-98.

Latour, Bruno, Politiques de la Nature, Paris: La Découverte,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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