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인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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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환

작가 작품

Transforming Cycles

(2300x2000x330mm Aluminum)2017

Transforming Cycles

(1400x1400x300mm Aluminum)2016

Transforming Cycles

(1300x1540x350mm Aluminum)2018

Transforming Cycles

(1100x1100x780mm Aluminum) 2007

Transforming Cycles

(900x800x1200mm Aluminum) 2008

공간-하나로부터(Space-from the one)

1300x1300x1400 mm Aluminum-paint 2017

공간-하나로부터(Space-from the one)

310x340x640mm, Aluminum, 2017

공간-하나로부터(Space-from the one)

600x580x670mm, 동(copper), 2016

공간-하나로부터(Space-from the one)

800x800x100mm 동(copper)-paint 2019

공간-하나로부터(Space-from the one)

1530x550x100mm Aluminum-paint 2019

작가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이탈리아 Carrara 국립아카데미아 조소과 졸업
▸개인전 -조선화랑,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서울), Mayen 시립미술관, Galerie Monika Beck(독일), Galerie De Lange(네덜란드),
Galleria IL PUNTO(이탈리아) 등 16회
▸부스 개인전-국제조각페스타 5회
▸그룹전 -COMMA 가치창조展-유리섬 맥아트미술관 기획전(맥아트미술관)
VM아트미술관 기획전,
김종영미술관초대전(Metal Works Today)
<거닐다, 숲>展 -석파정 야와정원 조각전(서울미술관)
생각하는 빛(양평군립미술관)
YOLO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등 130 여회
▸아트페어 -Koeln Messe, Kunstral Art Amsterdam, Art Cologne, KIAF,
Kunstral Art Frankfurt, Scope Miami, Art Busan 등 35 여회
▸현재 : 한국미술협회, 홍익조각회 , 한국조각가협회 회원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작가 노트

								

평론


                    변화무쌍한 시공간 복합체
이선영(미술평론가)

전용환의 [transforming cycles] 시리즈는 다채로운 추상적 구성을 통해 자연에 내재한 운동과 질서를 가시화 한다. 여기에서의 자연은 거시적일 뿐만 아니라 미시적이며, 인간의 마음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주관성을 아우른다. 그의 작품은 매우 아름답지만 단지 화려한 겉모습에만 머물지 않으며, 깊은 의미가 있지만 의미의 무게로 가라앉지 않는다. 작품 제목을 의미하기도 하는 ‘transforming cycles’이라는 주제어에는 미와 의미 사이에 놓인 차이를 섬세하게 계열화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연결 짓고자 의도가 담겨있다. 짜여 진 밀도가 보다 높은 가운데와 밀도는 약하지만 운동성이 강한 주변의 대조, 따뜻한 색과 찬색의 계열의 교차에 의한 에너지의 배분 등은, 국내외에서 적지 않는 전시를 치루면서 생산된 차이들 속에서도 고수되는 동일 어법이다.
전용환의 작품은 조각의 숙명인 둔중한 물질적 덩어리로부터 벗어나 음악으로, 춤으로, 마음과 정신으로 고양되곤 하지만, 그 근저에 놓인 자연 과학적 세계관의 변환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예술적 자유로움 가운데 필연성의 연쇄 고리를 삽입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규칙을 자연의 법칙에 접근시킨다. 꼬리를 무는 선의 흐름은 공간 예술인 조각에 시간성을 극대화하면서 생성하고 성장하며 소멸하는 우주를 비유한다. 같은 제목에 번호만 다르게 매겨진 각 작품에서는 어떤 질서의 등장과 지속, 그리고 그것의 소멸을 그린다. 띠의 긴밀한 짜임새를 가지는 중심과 바깥으로 흩어지려는 강한 운동성을 지닌 선들이 단단히 엮여 있는 그의 작품은 혼돈 역시 질서의 한 부분으로 품는다. 이러한 측면은 현상계를 다루는 과학을 넘어 어떤 형이상학적 질서를 암시하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난무하는 화살표들은 중심적 실재와 주변적 현상을 연결 짓는다. 외곽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선들은 현실적 존재가 가지는 시간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보다 분명한 공간적 체적을 가지며 조직화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심 부분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근작에서는 띠에서 선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넘어 띠를 관통하는 선의 흐름으로, 보다 다양한 형태의 변주를 보여준다, 변환은 현실적 계기들의 차이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것이 어떤 사건을 표현한다. 그 점에서 그의 작품들은 화이트헤드가 [과정과 실재]에서 말하는 유기체적 자연과 조응한다. 화이트헤드는 여기에서 분화됨이 없이 존속하며 영구적인 속성을 갖는 연속적인 물질의 관념을 비판한 바 있다. 그 점은 완고한 덩어리에서 조각의 실재성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원적 실재와 체계를 실험하려는 전용환의 방향과 수렴되는 부분이다.
영속적인 성질들을 유지하고 있는 실체라는 관념은 추상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존재의 유일성이 아니라, 결합체들의 형태에 관한 탐구이다. 연장적 연속체의 특성을 가지는 전용환의 작품은 조각의 운명처럼 여겨진 중력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것은 가시적인 차원과 비가시적인 차원 사이에 있는 3차원 다양체를 이룬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법칙에 조응하지만, 자연과의 외적인 닮은꼴similarity이 아닌, 자연의 내재적 성질을 닮고자 한다. 근대 과학의 세계관이 그 본성상 어떠한 외적 사물과도 관계없이 항상 동형, 부동의 것으로서 존속하는 절대성을 전제--‘절대적이며 참된 수학적 시간은 다른 어떠한 외계와도 관계없이 균등하게 흐른다’(뉴튼)--하면서 재현적 세계관의 근저를 이룬 것과는 달리, 현대의 새로운 물리학은 물질과 공간이 상호적으로 작용하는 장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화이트헤드에 의하면 뉴턴의 세계관은 완전히 명료하게 조직된 체계의 이념을 전제하며, 그 체계는 근대 물리학의 바탕이 된 명료한 조직성과 더불어 초자연적 근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절대적 시공간의 개념은 신학적 세계관과 조응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적이면서도 영원하고 내재적이면서도 초월적인 신적 존재에 대한 우주론적 증명을 형태를 가진다. 버트하임도 [공간의 역사]에서 모든 운동의 절대적 틀로서의 공간, 무형적이고 특색 없는 공간, 단순히 물질 운동의 배경일 뿐인 뉴튼적 공간은 단지 그것의 목적인 신이 부여한 자연의 법칙이 펼쳐질 수 있는 중립적인 영역으로 쓰이는 데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대의 물리학은 신학도 공허한 중립적인 공간도 가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안에 존재하는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장을 전제하며, 물질은 자신의 질량에 따라 공간을 변형시킨다.
전용환의 작품을 이루는 띠와 선, 한난 계열의 색조 같은 구성요소들은 물질적 요소이자 그자체가 공간적 성질을 띄고 있다. 그것은 늘었다 줄었다하는 신축적인 시공간상을 보여주면서, 우주가 무로부터 펼쳐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기호화한다. 그의 작품에서 시간은 상대성 이론처럼 공간의 다른 차원이 된다. 띠와 선은 공간을 향해 나아가지만, 공간은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는 유연한 토대가 되어, 작품은 그자체로 시공간spacetime 복합체가 된다. 수많은 띠와 선이 교차하는 그의 작품은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 같은 열린 형태를 이룬다. 열린 형태는 전용환의 작품 구성에 내재하는 연장적 연속체라는 관계성으로부터 연유한다. [과정과 실재]는 세계의 연장적 관계들이 공간의 연장성extensiveness과 시간의 연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연장적 연속체란 전체와 부분, 공통부분을 갖게 되는 중복, 접촉, 그리고 이러한 원초적 관계에서 파생된 존재들의 복합체를 의미한다.
이 연속체의 개념은 무한한 가분성과 끝없는 연장이라는 특성을 내포한다. 그것은 현실성이자 가능성이며, 공간화이자 시간화이기도 하다. 변화는 현실적 존재들 간의 차이를 통해 다원론적 우주를 발생시킨다. 덩어리 중심의 조각의 부동성에서 변화로 강조점을 옮기면서, 정태적인 물질이라는 개념은 유동적인 에너지라는 개념으로 이동한다. 유동적인 구조를 가지는 전용환의 작품은 이러한 에너지의 가시화인 것이다. 유기체적인 자연관은 정합적인 우주론을 강조하면서도 변환의 세찬 흐름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고대의 자연관처럼, ‘만물은 끝없이 흐르지만 로고스에 의해 지배’(루크레티우스)된다. 그것은 구조적인 결합체들이 보여주는 지속의 세계이자 변화하는 곡률의 세계이다. 세계는 ‘곡률 또는 변곡inflextion의 무한한 계열’(들뢰즈)로 나타나는 것이다.
얇은 판과 긴 끈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강하게 휘어 있는 공간구조를 이룬다. 유동적인 곡면들은 모든 물질을 뱉어내거나 흡수하는 터널을 이루고, 이를 통과하는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덩어리의 움직임에 의해 함몰되거나 불쑥 솟아오른 형태는 주변의 공간을 변형시키고, 이렇게 만들어진 만곡은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공간조직을 파생 시킨다. 재현과 무관한 다양한 선의 흐름들은 비유기적이지만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물질을 가로지르는 흐름과 도약이다. 여기에서 세계는 들뢰즈가 역동적인 바로크적 세계를 설명한 [주름]에서 말하듯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이어지면서 독특 점들 주위에서 수렴하는 무한히 많은 계열이 된다. 그자체로 압축되어 있고 접혀있고 포괄되어 있는 요소들은 세계가 넓혀지고 늘어나게 되는 역량들이다.
연속적인 선의 흐름은 다른 방향들과 공존하는 또 다른 방향을 표시하며, 각 형상들은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무제한적인 공간에 통합된다. 생성은 하나의 상승이자 고양이며, 최소한 의 바닥 위에 떠있는 큰 세계, 하나의 장면 또는 거대한 고원이다. 세계의 고정된 중심이 아니라, 은폐된 중심으로부터 시간의 축을 따라 전개되는 전용환의 작품에서 자연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자연이 된다. 양자는 같은 차원을 가지게 된다. 다양한 결합체들이 뒤얽혀 만들어진 패턴은 중심부의 지배적인 결합체와 주변의 추종적인 결합체로 나뉘고, 이 두 결합체의 복잡한 교차를 통해 수많은 결절점이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결절구조는 물리적 세계 뿐 만 아니라, 생명에도 충만하다.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가는 벡터적 흔적은 물리적이면서도 정서적인 강도를 전달하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전용환의 작품은 여러 차원을 관통하는 이러한 함축성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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