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인명사전

  • HOME
  • 조각가 인명사전

도태근

작가 작품

Position-Form , 2020, Steel,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20, Bronze,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20, Bronze,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20, Bronze, 830×520×40mm

Position-Form , 2017, Bronze,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16, Steel,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14, Steel,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14, Steel,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13, Steel, installation view

Position-Form , 2011, Bronze, installation view

작가 프로필

성 명 : 도 태 근 (都 泰 根)

학력사항
1993. 2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
1996. 2 동아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조소) 졸업
2008. 2 동아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박사 수료

개인전
2020 제12회 조각전(리빈 갤러리/부산)
2016 제11회 조각전(티엘 갤러리/부산)
2014 제10회 조각전(몽마르트르 갤러리/부산)
2013 제9회 조각전(갤러리필/창원)
2012 제8회 조각전(그림손 갤러리/서울, 해운대아트센터/부산)
2011 제7회 조각전(피카소갤러리/부산)
2009 제6회 조각전(시안미술관 기획/경북영천)
2008 오늘의작가상수상기념전(부산시청갤러리/부산)
2007 제5회 조각전 (김재선갤러리초대/부산)
2006 제4회 조각전 (세이카갤러리/일본 동경)
2003 제3회 조각전 (도시갤러리기획/부산)
2001 제2회 조각전 (롯데화랑/부산)
1999 제1회 조각전 (스페이스월드/부산)

조각페스타

2019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서울)
2017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서울)
2016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서울)
2015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서울)
2014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서울)
2013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서울)
2012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서울)

그 외 기획,초대,단체전 450여회 출품

현 재
신라대학교 조형미술학과 교수
사)한국조각가협회부산지부장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운영위원
대구달성현대미술제 예술감독(2020∼2021)
사)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
사)부산비엔날레 2017 바다미술제 감독
사)한국미술협회, 부산미술협회 회원
광장조각회 회원.

작가 노트

				나의 작업은 형상과 비형상이라는 대립된 구조들의 결합 그리고 질감의 대비를 통한  금속조각을  설치하여 보여준다
기능화 된 사물의 형상위에 드로잉 하여 쇠를 자르고, 접고, 붙이고, 두들겨 결합된 작업은 주조기법으로 다양한 조형의 기호로 표현된다.
단일된 재료인 철의 물성으로 공간과 선, 면에 대하여 새로운 형상을 담은 메세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물성과 공간해석에 대한 관계성, 절제된 조형적 감수성을 보여 주고자한다.
또한 설치작품의 비형상적 이미지들은 파노라마 형식의 다양한 추상적 표현과 자연의 다양한 변주와도 같다.


My work shows combination of opposing structures between shape and non-shape and is shown by installing a piece of metal through the contrast of textures.
The works functionalized by drawing on top of the iron in the shape of things, cutting, folding, pasting, and beating things are represented by symbols combined task of modeling a variety of casting techniques.
I want to show moderate sensitivity through using steel as material property while conveying a message as well as analysis of the properties and spatial relationships.
Also, ideal images of the installation works are much the same with panoramic various abstract representation and the various variations of the nature.

평론


                    실재의 배제와 물질의 귀환

김준기 (미술평론가)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은 형상을 다루고 서사를 다룬다. 모더니즘 시대의 미술이 물질의 본질에 천착하여 미술 내적인 문제로 환원하는 미술근본주의 입장을 취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미술은 실재와 관계 맺는 방식에 있어서 탈분화 내지는 탈전문화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모더니즘 시대의 미술 작품이 실재의 영역과 결별을 선언하고 단절의 선을 그었을 때, 기호의 삼각형을 이루는 세 가지의 요소들, 즉 기표와 기의와 실재는 서로간의 관계를 유기적인 연동의 맥락에 놓는 것이 아니라 탈맥락적인 단절의 상황에 놓이게 했다. 따라서 모더니즘 미술은 기표와 실재의 분화(分化), 기표와 의미의 분화를 결과했다. 반면에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은 이들 기표와 기의와 실재의 관계를 탈분화(脫分化)의 맥락위에 놓이게 했다.

도태근의 여섯 번째 개인전 타이틀은 ‘Transformation & Position’이다. 물성의 변용과 사물의 위치의 문제를 다루겠다는 선언이다. 그가 내건 슬로건에 비해서 그의 작품은 훨씬 더 무겁다. 무엇을 위해서 뒤바뀌는지,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의 개념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도태근은 그동안 자연의 형상과 추상적인 기호들을 결합한 조각 작품들을 선보였다. 주로 브론즈 캐스팅으로 결과물을 낸 이 작업들에서 그는 형상과 추상, 곡선과 직선, 거친 느낌과 매끈한 느낌 등의 이분법적인 대립의 요소를 한 작품 안에서 결합시키곤 했다. 강선학이 ‘새로운 언어로의 이행’이라고 말하거나 이영준이 ‘시간의 발견’으로 정리했던 이들 작업은 은유적인 방식으로나마 서사의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러한 시각언어의 확장 국면을 접고 물질로 회귀하는 환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태근은 쇠를 자르고, 달구고 두드려서 우그러트리고, 다시 붙이고, 자르고, 두드리는 과정을 일삼았다. 작업을 하는 동안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쇠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는 쇠의 두께에 마음이 동했을 것고, 철판에 그림을 그린 후에 그것을 잘라냈을 때 쾌감을 느꼈을 것이며, 그 철판을 불에 달군 후 벌건 철판을 두드려 우그러트리는 과정에서 쇠의 물성을 규정하는 원초적인 특성에 새삼 감탄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쇠라고 하는 물질과 예술가 주체 도태근의 신체가 진지하게 만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도태근은 물질과 몸으로 만나는 것을 작업의 실마리이자 주요 과정으로 삼았다. 이러한 태도는 대다수의 예술가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문제는 도태근이 특정한 형상을 만들거나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서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철저하게 형상과 서사를 배제하고 있다.

그가 탐닉하고 있는 것은 시각언어의 서사기능을 원초적인 것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그는 물성 그 자체에 관한 매우 탐욕스러운 집착의 단계를 거쳐서 모종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각언어를 개발하는 일이다. 그가 창출해낸 기호들은 시각언어의 면면을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것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는 동일한 기법과 과정을 거친 낱낱의 요소들은 각각 다른 표정으로 색다른 느낌을 제시한다. 이러한 표정의 다양성을 노출하는 전술로서 등장한 것이 거대한 직육면체 프레임 속에 일정한 높이와 간격으로 낱개의 덩어리들을 매달아 놓는 방법이다. 이 대목에서 쇠의 물성 변용 과정을 거친 낱개의 조각들은 공간의 문제를 다루는 요소들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동일한 사물일지라도 그것을 바닥에 놓는 것과 공중에 띄우는 것이 체험의 차원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그의 설치 방식은 그러나 매우 엄격한 절제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높낮이를 따로 두지 않고 일정한 높이와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낱개 조각들은 직선과 곡선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형태의 미묘한 변화들 속에서 각각의 다른 느낌들을 제시하고 있다. 도태근은 그 낱개의 군집을 묶어주고 있는 프레임 내부의 규칙을 단일한 방식으로 한정했다. 낱개의 요소들을 반복했을 때의 첫 번째 의도인 동일한 것 속에서 차이를 발견하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절제의 극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形-08>이라는 타이틀로 단일한 프레임 속에 도열한 쇠 조각들의 변주는 비슷한 모티프를 가지면서도 각자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쇠 한 판 속에는 세상에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려는 예술가 도태근의 조형의지가 담겨있다. 이들 50여점의 쇳덩어리 파노라마를 접하는 관객은 그 동일성의 반복 가운데서 또 다른 운율을 발견한다.

‘김도박’이라는 이름의 또래 작가들이 있었다. 15년 전의 일이다. 김현호와 도태근과 박은생 세 작가이다. 이들은 패기 넘치는 철재 조각 작품들로 부산 미술계의 젊은 조각가 그룹을 형성하면서 신진 대열에 올라섰다. 15년이 지난 근년에 들어 이들은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현호는 철판을 잘라 작은 조각들을 이어붙이면서 모종의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선보였고, 박은생은 철판 조각들을 가지고 매우 간결한 형상의 자연이미지들을 재현하는 작업으로 전환의 국면을 맞이했다. 두 작가 모두가 쇠 작업으로 회귀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태근도 근작을 쇠 작업으로 처리했다. 세 작가 모두 쇠 작업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도태근의 행보는 다른 두 작가와 사뭇 다르다. 도태근 이외의 두 작가가 형상을 다루면서 서사를 구사하고 있는 반면에 도태근은 그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도태근의 태도는 비단 김현호나 박은생 두 작가뿐만이 아니라 중견 대열의 대다수 작가들의 행보와도 확연하게 다르다. 그의 작품들은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말 수를 줄였다. 더 과격하게 근본주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도태근은 왜 서사를 거부하는가? 이야기하지 않는 미술로의 회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적잖은 시간동안 실재 속에 존재하는 미적 감성들을 캐내는 작업들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철판을 자르고 구부려서 물성 변용의 심미적 가치를 담아내는 단일한 아이템으로 중견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자신의 작업 여정에 터닝 포인트를 찍고 있다. 그것은 물질 그 자체로 이야기하려는 미술이다. 그 이야기란 세계의 존재와 사건을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물질 그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매우 원초적인 이야기에 머무는 미술이다. 이것이 도태근이 마흔살에 접어들어 취한 미학적 태도이다.

재현 언어를 완전히 배제하려는 도태근의 태도는 매우 도발적이다. 그가 30대 초반 이후에 사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시간성을 끌어들이면서 사건을 만들어 냈던 것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행보는 그 이전과 유사하다. 실재와 관계 맺는 방식과 그것을 통해서 서사를 구축하는 행보를 접고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실재의 배제는 실재의 귀환과 반대되는 역주행이다. 그것은 물질의 귀환을 촉구하는 환원적 태도이다. 실재의 귀환 국면으로 도도하게 흐르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타고 순(巡)처세를 하기보다는 그 흐름을 거스르는 역(逆)처세를 하고 있는 도태근의 태도는 따라서 매우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실재가 귀환하는 시대에 물질의 귀환을 호명하는 도태근의 역처세를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는 또 다시 실재와 관계 맺으면서 또 다른 서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 끝내 비타협적인 방식으로 시각언어의 핵심으로 파고드는 환원적 태도의 근본주의자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반씩 공존하기 때문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