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인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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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영

작가 작품

작품1-Untitled,석고,병,30x30x30cm,1995

작품2-부분과 전체들,뚜껑,사다리,63x9x242cm,1996

작품3-부분과전체들,뚜껑,FRP,120x120x120cm,1997

작품4-부분과전체들,Recycling,100x99x119cm,1998

작품5-부분과전체들,고급특수합금속,30x29x50cm,1998

작품6-부분과전체들,고급특수합금속,23.5x6x7cm,1999

작품7-부분과전체들,고급특수합금속,35x38x36cm,1998

작품8-부분과전체들,고급특수합금속,55x20x50cm,1999

작품9-부분과전체들,구운흙,광주리,45x45x35cm,1999

작품10-부분과전체들,뚜껑,FRP,115x115x205cm,1997

작가 프로필

학력
토니크랙교수의 마이스터쉴러학위 (최고전문과정,조소실기)졸업
독일 국립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대학,동대학원 조소과)졸업

작품활동
27회 개인전 (서울,본,뒤셀도르프,오이스키르휀,힐덴시)
1회 2인초대전 (암스텔담, Bmb갤러리)
145여회 단체전(서울,심양,베이징,도쿄,암스텔담,파리,베를린,뒤셀도르프,본,
엠스데텐,졸링엔,두이스부르크,힐덴,오이스키르쉔시,아테네,오타와(
캐나다),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힐덴비엔날래,창원비엔날래초대전,
타이베이,치앙마이,카이로,모스크바 국제초대전,The Kosygin State
Uni. of Russia,캘리포니아 롱비치 주립대Marilyn Werby Gallery,미국,퍼 듀대(인디애나주,미국) 호주 모나쉬대,Pullman(오클랜드,뉴질랜드)
중국경덕진도자미술학원 등, 그 외 다수

주요경력
사)한국미협이사, 사)한국조각가협회이사,
현)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

작가 노트

								

평론


                    집적(集積)의 아름다움과 재생의 미학

I. ‘재생의 미학’은 유병영의 작품에 딱 어울리는 표제어다. 그는 곧 버려질 운명에 처한 폐품을 심미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생수병 마개, 치약뚜껑, 콜라병 마개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이 그의 손에 닿기만 하면 영락없이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예술작품으로 둔갑하고 만다. 일찍이 “아름다움은 쓰레기장에 있다” 고 한 빈센트 반 고흐의 말처럼, 유병영에 의해 탄생되는 조각 작품들은 리사이클링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집적(集積)의 원리에 기대고 있다. 동일한 모양과 크기의 사물들이 – 가령 치약 뚜껑이나 생수병 마개 등과 같은 공업생산품들에서 보는 것처럼-중세의 갑옷이나 성의(聖衣), 달팽이 모양의 조각(彫刻)에 촘촘히 붙여질 때 나오는 찬탄은 폐품에 기울이는 그의 정성에 대한 관객들의 보이지 않는 격려이다. 이를테면, 달팽이 모양을 한 <부분-전체(Teil-Ganzes)>(1997년 )는 약 2만여 개의 플라스틱 치약뚜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는 이 작품을 끈기와 치밀함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기질로 완성했던 것이다.

그것의 예술적 가치 내지 행위의 의미는 주지하듯이 마르셀 뒤샹 이후의 오브제미학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저나 포크, 칼 등 일상적 사물을 집적하는 유병영의 조형언어는 아르망을 비롯한 신사실주의자들의 어법에 토대를 기대고 있으며, 바로 그것이 그의 집적행위를 다른 유사한 일상적 작업과 구분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이다. 그는 뒤셀도르프-쿤스트아카데미 재학시절 토니 크랙을 사사했는데, 토니 크랙의 작업 또한 이러한 집적의 원리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Ⅱ.유병영의 작업의 요체는 하나(-)의 단위에서 여럿(多)으로 퍼져나가는 확산의 원리에 있다. 이것은 <낱(個) 과 온(全)>이라는 명제를 자신의 작품에 붙인 작가의 의도와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에서 여럿으로 증식되는 확산에 원리에 기대고 있는 유병영의 집적작업은 “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물의 존재는 큰 전체인 우주의 존재와 관계를 맺고 있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 하는 동양의 전통적인 우주관을 연상시킨다. 흰색 치약 뚜껑으로 뒤덮인 유병영의 달팽이 작품은 이 태극의 원리를 상징화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확산의 원리가 유독 동양의 전유물일 수만은 없다. 서양의 경우 희랍신화에서 보이는 제신의 탄생이나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자손의 번창은 하나에서 여럿(多)으로 증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Ⅲ. 그러나 조각이 부피에 의존하는 양괴의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유병영의 작업은 조각의 카테고리에 속한다. 아마도 그는 ‘다양성의 통일 (unity in variety)’ 이란 전형적인 미적 형식원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유병영의 작품에서 엿보이는 각 단위, 즉 부분과 전체 사이의 조화는 긴장과 파격에 기인한다. 이러한 미적 특질이 잘 드러난 작품은 수저와 포크, 칼을 이용한 것들이다. 무엇을 철저히 표상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이미 그 이면에는 표상되는 그 무엇이 잠재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명제에 내포된 숙명은 인간의 지적오만에 대한 보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Ⅳ.칼이나 포크와 같은 기성품을 이용하여 제작한 유병영의 일부작품들은 미와 추(醜)라고 하는 미적 범주 사이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야기하고 있다. 고열에 의해 일그러진 나이프들이나 벌레가 파먹은 흔적을 연상시키는 스테인레스그릇의 모습은 일견 추해 보인다. 그는 오히려 사물이 지닌 미적성질을 의도적으로 훼손시킴으로써 그것들을 탈(脫)맥락화 한다. 이제 고유의 용도가 폐기된 사물은 유병영의 작품 속에서 하나의 재료로 탈바꿈한다. 그것은 단지 조각을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이 도구들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며 오직 바라다 볼 뿐이다. 그것은 하나의 관조 대상이다.

조각가로서 유병영이 지닌 인간적인 미덕은 끈기와 성실성이다. 폐목에 수많은 나무못을 꽂아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그의 심미적 태도는 속도가 성공의 척도로 치부되는 오늘의 기준으로 볼 때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생수병마개와 같은 기성의 사물을 물체의 표면에 꼼꼼하게 붙이는, 그래서 미적 쾌감을 가져다주는 작품을 제작하는 그의 억척스런 태도는 그것이 인격도야의 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 미는 선한 까닭으로 인해서 쾌를 주는 선이라는(kalokagathia)” 언명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가 유병영의 작품에서 하나의 교훈을 찾을 수 있다면 바로 작품에 기울이는 그의 이 같은 성실한 태도일 것이며, 우리가 잊고 있는 덕목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일 것이다.

윤진섭(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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