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인명사전

  • HOME
  • 조각가 인명사전

김방희

작가 작품

돌.印象-1501

64×20×53cm, 스테인리스 스틸 2015

돌.印象-1101

44×20×55cm, 오석 2011

돌.印象-9812

42×20×76cm, 마천석 1998

돌.印象-1005

72×12×30cm, 오석 2010

돌.印象-9807

31×12×48cm, 브론즈 1998

바람이야기-9513

25×22×71cm, 마천석 1995

바람이야기-9402

42×40×60cm, 브론즈 1994

하늘로-02

72×5×137cm, 브론즈 1983

하늘로 88-5

45×25×118cm, 브론즈,대리석,화강석 1988

하늘로 88-7

29×9×57cm, 브론즈 1988

바람이야기- 숲

300×200×600cm, 180×130×500cm, 화강석, 2011

돌.印象-2003

270×200×500cm, 화강석, 2003년

돌.印象-9889

500×300×380cm, 화강석, 1998년

돌.印象-0807

270 × 60 × 380cm, 화강석, 2008년

작가 프로필

김방희 (金昉熙) KIM, BANG-HEE
1955년 서울 생
197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83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각과 졸업
1988년~2020년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과 교수

<작품경력>
개인전 5회
부스전 6회
제4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수상
85청년작가전(국립현대미술관 기획)
90,92현대미술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초대)
제3회 아시아유럽비엔나레(터키 앙카라)
김포국제조각 심포지움
제주국제조각 심포지움
96,98 화랑미술제
백록담전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서울미술대전-한국현대조각2010(서울시립미술관 기획)
한국미술협회전, 한국조각가협회전등 단체전, 기획전, 초대전 350여회 출품

<작품소장>
호암미술관, C아트뮤지움, 기당미술관, 목암미술관, 목포조각공원, 서울시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제주도문예회관, 제주경마장, 아라리오 미술관, 신정호 조각공원, 중문관광센터, 제주건설회관, 한국가스공사사옥, 제주 티월드빌딩, 대구성서지구 상징조형물, 한국방송회관, 일산스포츠센터, 부산 르네시떼, 땅끝마을 조각공원, 센트럴 시티, 제주롯데호텔, 울산롯데백화점, 정부중앙청사 별관,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도남 이편한세상, 서울의 숲공원, 전남광주지방청사, 제주대학교병원, 아일랜드 캐슬, 제주프라이빗타운, 제주롯데리조트, 한일베라체, 공무원연금관리공단. 한화꿈에그린, 일성트루엘오피스텔.

작가 노트

				 제주에서 30여년 동안 제주의 돌, 특히 제주의 돌담에 대한 인상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기계적이거나 기하학적이지 않고, 구축적이긴 한데 도식적이진 않은 제주 돌담에 빠져 그 돌담을 스쳐지나간 제주인의 삶과 애환, 그리고 자연의 바람, 파도 등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그러던 중 언젠가 그 돌담 속살이 궁금하였다. 수백년 동안 모진 비 바람속을 견뎌오면서 겉모습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으나 깨끗하고 순수한 속살을 변함없이 고이 간직한 모습은 제주인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나는 예쁘게 만드는 재주는 없다. 제주의 돌담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나 거센 바람에도 무너지진 않게 쌓으며, 척박한 환경을 슬기롭게 가꾸며 살아온 제주인들 처럼 단순하지만 명료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

평론


                         바람이 분다, 잉잉잉 돌이 운다
-김방희의 ‘돌과 바람’에 대하여-
-------김원민(미술평론가 · 서양화가)

제주는 바람이다, 돌이다. 여자를 더하여 세 가지 많은 섬, 삼다도라지만, 고·량·부 삼신인 이전 인기척이 없던 태초에는 오직 돌과 바람의 땅이었을 터였다. 바람이 분다, 잉잉잉 돌이 운다. 돌과 바람 사이에는 바다가 있고, 하늘과 해와 달과 별이 있으며 사람이 숨을 쉰다. 하늘과 바람과 돌은 신화와 전설이 되고 시가 된다. 시인 윤동주는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간다」라고 노래했고, 박재삼은 「천 년 전 불던 바람과 지금의 바람은 다른 것 같지만 늘 같은 가락으로 불어 변한 데라곤 없네」라고 읊는다. 이해인은 「바람이 부네 내 혼에 불을 놓으며 부네……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을 쏟아낸다.

서울 사람 김방희는 제주(濟州)를 끌어안고 바람을 부르고 돌을 깎으며 산다. 생업(제주대 미술학과 교수)을 위해 1988년 처음 제주에 내려온 그는 바로 ‘제주도적’ 작업을 시작하여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면서, 그 첫 결실로 1989년 개인전을 통해 ‘바람 이야기’와 ‘돌의 인상(印象)’을 내보인다. 바로 제주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김방희의 돌에는 바람이 할퀴고 간 흔적이 날카롭게 빛이 난다. 돌과 돌을 쌓아 놓은 담 구멍으로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 때로는 속살거리고 혹은 태풍이 되어 아우성을 남긴다. 담 구멍이야 말로 소통의 구멍이요 소식을 전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런 구멍인 셈이다.

조각 예술의 과제 중 하나는 소재와 매스(mass)의 관계를 통하여 의미를 지닌 통일체를 형성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회화에 있어서 화면 가운데 많은 양의 색이나 빛 그림자 등의 통일된 집합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김방희의 돌과 바람은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되어 구체적인 바람과 돌이 아닌 또 다른 추상적인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의 돌과 바람은 물질의 흔적이나 감각적인 것으로 되는 것이다. 김방희는 브론즈나 제주돌, 또는 오석과 마천석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기둥의 일부에다 스쳐 지나간 바람의 동태를 극적으로 결부시키고 있는 데, 이처럼 서 있는 기둥은 바람 잘 날이
없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이기며 버티느라 거칠어진 돌 표면이나 나무기둥
<1>
아니면 무뚝뚝한 사람의 서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는 둥근 나무기둥, 한라산, 둥근 자연석 등 제주의 자연물들 외에 돌하르방이나 정주목, 파손된 입상 등 제주를 상징하고 고유문화의 전승물들에 가해 넣는 바람이라는 접목물을 여러 모습으로 새겨 넣고 있는가 하면, 돌담을 여러 가지 형상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김방희의 조형물에 담긴 돌과 바람의 이미지는 생략과 직관과 여백의 조형적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의 주제는 상당히 생략적이고, 바람의 움직임이 돌에 날카로운 흔적으로 형상화 되는가 하면, 돌담 사이의 구멍처럼 새겨지고 남겨진 여백은 돌과 바람의 관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작가 노트에서 토로했듯이, 김방희의 돌과 바람은 기계적이거나 기하학적이지 않고 구축적이긴 한데 도식적이지 않은 제주 돌담을 스쳐 지나간 제주인의 삶과 애환, 그리고 바람과 파도 등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김방희의 작품은 투박하다. 흡사 수 천 년을 비바람 속에 견뎌오며 찌그러지고 상처투성이가 된 제주 돌의, 그러나 그 내면 속살은 깨끗하고 순수함을 간직한 돌의 의미를 제주인의 모습과 삶에 대비시키는지 모른다. 그것은 제주 돌처럼 척박한 환경을 슬기롭게 가꾸며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진정한 삶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김방희의 바람과 돌은 하나의 상징이다. 실제, 바람을 형태로 나타낼 수는 없을 것이다. 돌 위에 그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통해 바람을 볼 수 있는 형상으로 남기고 있다. 돌 또한 있는 그대로의 돌이 아니다. 김방희의 돌은 그가 창조해 낸 새로운 물질로서의 돌일 뿐이다. 그는 그의 작업을 통하여 이미 상징 언어로서의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감정적 매체로서 외적인 부호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미학적으로 상징(simbol)은 본래 그리스어의 ‘접합 한다’는 뜻에서 연유하지만 일정한 표정으로서 어떤 의미를 가리킨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자연 상징과 상투적 상징, 관념, 기분 상징, 유형화된 상징, 간접 상징, 부호적 상징 등이 있다. 모든 미술품은 이 같은 상징체로 이뤄졌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미술가가 무엇을 그리거나 만들더라도 상징을 담지 못하면 사진의 찬란한 리얼리즘에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플라톤이 예술을 모방설로 규정한 차원과는 달리 얼마나 닮게 만들었느냐는 것 보다는 어떤 차원의 상징을 가능케 하고 있느냐는 입장에서 보아
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방희의 작업은 미술의 다양한 방법의 의도
<2>
와 표현 현장에서 무엇을 느껴야 할 것이냐는 상징 언어를 잘 활용하고 있
다고 보여 진다. 그의 바람과 돌이라는 형태소(形態素)들은 단순하고 투명한 이미지를 창출하면서 바람과 돌이라는 그 형태소 하나하나가 리듬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무엇인가 상념(想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김방희는 바람과 돌이라는 소재에 충실한 모델링(modeling)을 통한 사실적인 재현을 진지하게 추구하는가 하면, 바람이라는 추상성과 돌이라는 구상성을 절충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독특한 표현방법을 내보이고 있다. 조각은 회화처럼 일루전(illusion)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촉각적인 공간의 형성이라고 할 때, 김방희는 재료에서나 주제에서나 모두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오늘날 조각도 기존 개념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많은 실험적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김방희는 고집스레 추상성을 접목한 구상을 추구하고 있다. 로댕은 “진실이야 말로 미(美)인 것이다”라고 말했거니와, 이 진실이라는 말이 정신적인 의미로서의 내적인 진실인 동시에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 촉각적인 진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김방희의 작업에서 우리는 그 ‘진실’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에 김방희는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60점이 돌·바람 주제의 작품이며, 나머지 10점 정도가 초기작인 ‘하늘로’ 연작이다. ‘하늘로’ 시리즈는 사다리라는 구조물로 이루어진 작품들로, 그 ‘하늘’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창공(蒼空 ; 맑고 푸른 하늘)이 아니라 종교적 의미의 ‘하늘나라’, 곧 천국을 뜻한다고 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방희가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보아지는 대목이다. 김방희는 초기작이자 그 연장선상에 있는 ‘하늘로’ 시리즈를 통해 온건하게 의식되던 종교적 존재의 비약을, 이후의 ‘돌·바람’ 연작들에서 가장 일상적이고 주변적인 기존의 사물들을 차용함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사물화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사람 김방희는 내년에 정년을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서울로
가지 않고 제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자 한다. 돌과 바람을 붙들어 제주적인 작업에 몰두하는 한편으로, 성미술(聖美術)에 관심을 갖고 종교적인 작품을 하려 한다는 포부를 밝힌다. 제주가톨릭미술가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가톨릭미술가회전을 통해 성미술을 선보여 왔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성
<3>
미술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은 성미술의 품위에 대해, ‘인간 재능의 가장 고귀한 표현들 가운데에 미술이 아주 당연히 들어가며, 특히 종교 미술 곧 성미술이 그 정점에 있다. 성미술은 그 본질상 인간 작품으로 어느 정도 표현해 보려는 하느님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그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자기 작품으로 인간 정신을 경건하게 하느님께 돌리는 데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인 만큼 더욱더 하느님께, 하느님 찬미와 현양에 바쳐 진다’라고 정의 했다. 헤르만 헤세도 “예술은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 한다”고 설파했다.

김방희가 정년퇴임 후 성미술에 전념하겠다는 것은 종교적 의지일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거룩한 정신 영역으로 귀의 하겠다는 다짐이라 짐작된다. 이렇게 되면 김방희의 작업은 하늘나라를 희구하는 ‘하늘로’ 시기와, 제주에서의 ‘돌·바람’의 시기, 그리고 성미술의 시기 등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제만 다를 뿐 추구하는 목표는 모두 상통하는 종교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방희의 작업이 그가 살아가는 한 모습이자 삶의 일부분으로써 그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창조적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 김방희의 돌 위로 바람이 분다. 잉잉잉 돌이 운다.

2019. 11. 1
목록